케빈 워시가 연준 의장 자리에 오른다는 소식이 처음 나왔을 때, 많은 분들이 “이제 비트코인 끝났다”고 했습니다. 저도 솔직히 비슷한 걱정이 들었고요. 그런데 실제로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꽤 다릅니다. 매파 성향이라는 말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는 걸, 그 배경을 파고들수록 더 분명하게 느꼈습니다.

케빈 워시는 진짜 긴축론자인가
케빈 워시가 처음 지명됐을 때 비트코인이 10% 넘게 급락했습니다. 이른바 ‘워시 쇼크’였죠. 매파(hawk) 성향이라는 이미지, 즉 금리를 높게 유지하거나 시중 유동성을 조이는 통화 긴축 노선을 선호한다는 인식이 시장을 공포로 몰아넣었습니다.
그런데 그 매파 성향의 실제 내용을 살펴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워시가 반대했던 건 양적완화(QE), 즉 연준이 국채나 MBS(주택담보부증권)를 직접 사들여 시중에 돈을 푸는 방식이었습니다. 여기서 MBS란 부동산 대출을 묶어 만든 채권으로, 연준이 이걸 매입하면 사실상 부동산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효과가 납니다. 워시는 바로 이 방식이 자산가들의 금융 상품에만 돈이 몰리고 서민의 구매력은 오히려 줄어드는 양극화를 심화시킨다고 판단했던 겁니다.
금리 인하에는 찬성 입장이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서민들의 대출 부담을 줄이는 금리 인하는 지지하되, 특정 산업을 키우기 위한 인위적인 금리 조작에는 반대했던 것이죠. 제가 처음 이 부분을 접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긴축론자’라는 단어 하나로 너무 단순하게 봤던 것 같아서요.
5월부터 연준 의장으로 취임할 워시가 주도할 통화 정책의 방향은 연준의 중립성 강화, 그리고 양적완화 역할의 재무부 이관으로 요약됩니다. 이걸 담은 것이 바로 ‘신재무부-연준 협약’입니다. 연준은 금리 정책에만 집중하고, 국채 매입 같은 돈 풀기는 재무부가 맡는 구조로 전환된다는 겁니다.
양적완화 없이 돈이 풀리는 구조
그렇다면 연준이 국채를 사지 않으면 시중 유동성은 어떻게 공급될까요. 이 질문이 핵심입니다. 재무부 중심으로 돈이 풀리는 경로를 살펴보면 생각보다 규모가 큽니다.
먼저 금 재평가 문제입니다. 현재 미국이 보유한 금은 약 8,133톤으로, 이를 시가로 재평가하면 약 1조 3천억 달러 규모의 재원이 생깁니다. 이 자금을 재무부 환율안정기금(ESF)에 이체해 국채 매입이나 비트코인 전략 비축 재원으로 활용하려는 계획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ESF란 재무부가 환율 안정이나 금융 시장 개입에 사용할 수 있는 특별 계좌로, 의회 승인 없이도 일정 부분 운용이 가능한 기금입니다.
두 번째로 SLR(보완적 레버리지 비율) 규제 완화입니다. SLR이란 은행이 보유해야 하는 최소 자기자본 비율로, 이 규제가 완화되면 은행들이 미국 국채 같은 안전 자산에 더 많은 레버리지 투자를 할 수 있게 됩니다. 4월 1일부터 트럼프 행정부가 이 규제를 대폭 풀었고, 이를 통해 약 6조 달러 규모의 국채 매입 여력이 생긴다고 추산됩니다(출처: 미국 연방준비제도).
세 번째가 스테이블코인 발행 확대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이란 달러 같은 법정화폐에 1:1로 연동된 디지털 자산으로, 발행량이 늘어날수록 디지털 달러가 그만큼 더 유통된다는 의미입니다. 재무장관은 현재 약 3천억 달러 수준인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이 2조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365일 24시간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기존 은행 결제 시스템보다 거래 속도가 세 배 가까이 빠릅니다. 거래 속도가 빨라지면 통화 유통 속도가 증가하고, 이는 발행량을 늘리지 않아도 양적완화와 유사한 경기 부양 효과를 냅니다.
이 세 가지를 합산하면 금리 인하 없이도 10조 달러 이상의 양적완화 효과가 나올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제 경험상 이 정도 규모가 동시에 작동하면 비트코인 같은 유동성 민감 자산이 반응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입니다.
핵심 경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포트 녹스 금 재평가 → 약 1조 3천억 달러 재원 확보
- SLR 규제 완화 → 은행권 국채 매입 여력 약 6조 달러
- 스테이블코인 확대 → 거래 속도 3배 증가, 실질 유통량 폭증
비트코인 관련 법안과 시장 방향성
규제 측면에서도 흐름이 바뀌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을 둘러싼 법안이 현재 미국 의회에 여덟 개나 독립적으로 올라와 있습니다. 각각을 간략히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비트코인 액트: 5년간 100만 개 비트코인을 매입해 20년간 보유하는 전략 비축 법안
- 클래리티 액트(CLARITY Act): 비트코인을 증권이 아닌 상품으로 분류 확정하는 법안. 여기서 ‘상품(commodity)’으로 분류된다는 건 SEC가 아닌 CFTC의 규제를 받는다는 의미로, 거래소 규제 부담이 크게 줄어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 지니어스 액트(GENIUS Act): 스테이블코인 발행 기준과 준비금 요건을 명확히 하는 법안
- 금 투명성 법안: 포트 녹스 금고 실사를 허용하는 법안으로, 금 재평가의 전제 조건이 됩니다.
- 우주·통신·미래 법안: 달 자원 관리와 우주 통신 보안 프로토콜로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채택하는 법안
이 중 특히 국방과 연결된 법안들이 눈에 띕니다. POW(작업증명) 방식, 즉 채굴을 통해 블록을 생성하는 비트코인의 구조가 사이버 보안에 유용한 물리적 보안 메커니즘을 갖추고 있다는 분석이 미 국방부 보고서로 제출되었습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위안화나 비트코인으로 결제된 유조선만 통과시키는 방식으로 달러 패권을 우회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는 사례가 이 보고서의 실증 근거가 됐습니다(출처: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
이 법안들은 회계연도 마감 전인 10월 이전에 국방수권법(NDAA)과 묶여 패키지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방 예산과 연동된 법안이기 때문에 정치적 이견이 있더라도 처리를 무기한 미루기는 어렵습니다.
제가 이 흐름을 보면서 느낀 건 이겁니다. 법안이 통과되느냐 마느냐보다, 이 논의 자체가 공식 절차에 올라왔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규제 불확실성이란 안개처럼 시장을 막는 존재인데, 이제 그 안개가 걷히고 있다는 신호가 여럿 켜지고 있는 셈이니까요.
결국 지금 시장의 핵심 변수는 금리 인하 속도가 아니라 이 일련의 구조 변화가 얼마나 빠르게 가시화되느냐입니다.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드라이브를 걸수록 유동성 공급 속도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고, 그 수혜를 가장 민감하게 받는 자산이 어디인지는 이미 어느 정도 드러나 있습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판단이고, 투자 결정은 각자의 상황과 판단에 따라 신중하게 하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참고: https://youtu.be/Uo8s3-nnNpQ